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밤 9시, 옛 이탈리아 로마 원형경기장 객석 곳곳에 하나둘씩 촛불이 켜졌다. 2000년 전 돌계단에 걸터앉은 관객들이 막이 오르길 기다리며 밝힌 촛불이다. 높이 31m, 최대 3만명이 들어가는 이 공간에 촛불을 켜든 관객이 가득 차면 그 자체가 장관이다. 흰 옷 입은 여성 안내원이 무대에 올라 징을 치면 공연이 임박했다는 뜻이다. 서곡(序曲)이 흘러나오기 전부터 마음은 벌써 감동할 준비가 돼 있다. 올해 97회를 맞은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정식 명칭은 Arena di Verona Opera Fest
잘츠부르크엔 묘한 매력이 있다. 이 도시의 이름은 스마트폰 구글 지도 속 실제 지명이 아니라 영화나 동화 세계 같은 신비한 분위기를 풍긴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천재 모차르트의 고향, 그리고 20세기 후반 음악계를 호령한 지휘자 카라얀이 태어난 곳…. 한자리에 모으는 게 불가능해 보이는 스타들이 집결하는 여름 음악축제가 열리는 곳이라 더 그런지 모르겠다.올해만 해도 바리톤 플라시도 도밍고,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와 디아나 담라우,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에와 마우리치오 폴리니, 그리고리 소콜로프, 예브게니 키신 같은
은발의 지휘자가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살짝 굽은 어깨에 굵고 흰 눈썹이 유난히 돋보였다. 지난 3월 13일 밤 파리 외곽 콘서트홀 필하모니 드 파리. 프랑스 제1의 교향악단 파리 오케스트라의 연주회가 열렸다. 레퍼토리는 멘델스존 피아노협주곡 1번과 브람스 교향곡 1번. 독일 피아니스트 마르틴 헬름헨은 고난도 멘델스존 협주곡을 능숙하게 연주했다. 지휘자는 피아니스트의 다이내믹한 연주가 돋보이게 오케스트라를 솜씨 좋게 이끌었다. 휴식에 이은 브람스 교향곡 1번도 직접 들은 실연(實演) 중 손꼽을 만한 명연주였다. 호른으로 시작해 금관이
“세계 최고의 오페라를 볼 수 있는 곳은 뮌헨과 빈, 베를린일 겁니다. 여기서는 지금 한창 뜨는 성악가들을 만날 수 있지요.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나 런던 로열오페라는 유명하지만 전성기가 지난 성악가들을 많이 세우지요.”베이스 연광철(49)은 세계 오페라 무대의 판도를 이렇게 정리했다. 뮌헨은 독일의 경제적 중심지이자 최고의 클래식음악을 즐길 수 있는 문화도시다. 바이에른 국립오페라가 매일같이 최고 수준의 오페라와 발레를 공연하고, 마리스 얀손스가 이끄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지난 7월 타계한 로린 마젤이 이끌던 뮌헨 필하모닉오케
리하르트 바그너 김나지움, 라인의 황금 호텔, 파르지팔 약국…. 독일 바이에른주 소도시 바이로이트는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1813~1883)의 자취로 가득하다. 바이로이트 근교 온천 이름도 바그너 오페라 이름을 딴 ‘로엔그린 온천’.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나 드레스덴에서 자란 바그너가 바이로이트의 상징이 된 것은 1876년 바그너가 창설한 바이로이트 축제 덕분이다.여름철 늦은 오후면 바이로이트역에서 도보로 10분쯤 떨어진 축제극장으로 향하는 길에 턱시도와 나비 넥타이, 화려한 드레스 정장 차림의 신사 숙녀들
“놀라지 마세요. 오늘 캐스팅이 바뀐다는 안내가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건강합니다.”지난 10월 7일 낮 미국 LA 다운타운의 도로시챈들러극장. 베르디 오페라 ‘포스카리가(家)의 두 사람(The Two Foscari)’ 공연을 앞두고 플라시도 도밍고(71)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웅성거리던 관객들의 얼굴에 안도의 웃음이 번졌다. 도밍고가 “올해는 제가 LA오페라 무대에 선 지 26년째 되는 해”라고 말하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도밍고는 1986년 LA오페라 창단 개막작인 베르디 오페라 ‘오셀로’의 주역을 맡았다.2003년부터 LA오페